프로그래머로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며, 내가 언제부터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정리해 보았습니다.
처음 접한 것은 8bit 컴퓨터
어릴 적 강원도 산골에 살 때, 이유는 모르겠지만 집에 8bit 컴퓨터가 있었다. 사진은 이곳에서 가져왔다. 몇 살 때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내가 사용하기엔 너무 어렸고 110볼트 전압 문제로 자주 사용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도 그 컴퓨터는 내게 신기한 세상을 열어주었다. 주변기기로 테이프가 있었고, 키보드 그림이 그려진 설명서를 보며 타자 연습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상상을 자주 하곤 했다. 가끔 누나가 연결해서 베이직(BASIC) 같은 걸 실행하던 기억도 난다. 어린 시절 이런 경험들이 컴퓨터와 관련된 기초적인 호기심을 키워준 것 같다.
시골 학교에서 경험한 386 컴퓨터
초등학교 때, 학교에 있는 386 컴퓨터를 처음으로 직접 조작해 봤다. 당시 수업 시간에 타자 연습이나 간단한 게임을 하던 기억이 난다. 비행기 게임이나 벽돌깨기 게임 같은 간단한 프로그램들이었지만, 처음으로 컴퓨터를 다루며 신기함과 즐거움을 느꼈다. 그런 기억들이 조금씩 PC와 가까워 지게 하는것 같다. 그 시절 학교에 일찍 PC를 보급한게 우리나라 IT 성장의 이유가 아닌가라는 실없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집에서 처음 사용한 삼보 트라이젬 486
초등학교 5학년쯤, 삼보 트라이젬 486 컴퓨터가 집에 들어왔다. 아마 전산과에 다니던 누나가 구입했던 것 같다.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컴퓨터는 꽤 일찍부터 들여놓았던 것 같다. 처음엔 누나가 설치해준 삼국지나 고인돌 같은 게임을 재미있게 하다가 욕심이 생겨서 학교 친구에게 사정해서 복사해온 둠(DOOM) 같은 게임을 설치하기 위해 MS-DOS와 윈도우 3.1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게임을 설치하려고 두꺼운 MS-DOS 매뉴얼을 열심히 읽고 테스트해보고 비싼 컴퓨터를 고장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PC는 수리는 재시작과 포멧이 답이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다. NCD 같은 파일 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효율적인 작업 방식을 배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머드 게임과 PC 통신, 울티마 온라인
정보고 전자전산과에 진학하면서, 나의 관심은 프로그래밍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더욱 넓어졌다. PC 통신을 통해 텍스트 기반의 머드 게임을 즐기고, 나우누리 같은 플랫폼에서 자료를 찾았다. 울티마 온라인이라는 혁신적인 게임도 많이 했다. 머드게임을 정말 좋아 했다. 머드 게임은 텍스트 기반 게임으로 케릭터의 이동이나 상황의 묘사가 모두 텍스트 기반이다. 어떤 때는 2동안 쪽잡을 자면서 서버 랭킹 10위권을 유지하려고 노력한적도 있다. 이후에는 떨어지긴 했지만 그것 조차도 추억으로 남는것 같다. MUD 게임은 이후에 나온 MUG 게임에 밀려 사라졌지만 MUG 게임 보다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되는것 같다. 그리고 MUD 게임을 통해서 PC통신도 처음 해보게 되었는데 그렇게 시작된 PC 통신이 내 인생을 많이 바꾸게 된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PC통신으로 PC통신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슬때 없는 잡지식도 토론 했던것 같다. MUD의 경험과 PC통신의 경험으로 GUI를 만들면서 TUI를 사랑하는 개발자가 된것 같다.
정보고에서의 학습과 리눅스 경험
정보고에서는 프로그래밍, 전자, 전기 등을 배우며 다양한 기초 지식을 쌓았다. 특히 고2 때 정보처리 자격증을 따기 위해 C언어를 학원에서 배웠던 경험이 인상 깊다. 강사님이 주신 알고리즘 문제를 친구와 경쟁하며 열심히 풀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집중하고 문제 해결의 경험들은 인생을 살면서 아주 긍정적인 경험이 되는것 같다. 막상 정보처리 자격증 시험은 C언어로는 시험장이 없어서 비주얼 베이직을 일주일 배워서 시험을 보고 합격 했다. 이렇게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학교에서도 다양한 PC에 관련된 교육을 받으니 리눅스를 설치해 보고 싶어졌고 PC 교육서적의 부록으로 있는 리눅스 설치를 위해서 밤을 새고 어떤 날은 해킹 툴을 써보기 위해 씨름하는 등 호기심으로 시작한 여러 삽질들은 실패가 많았지만,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은 지금도 개발자로 일하면서 큰 자산이 되고 있다.
마무리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해온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은 나를 지금의 개발자로 이끌었다. 특별히 개발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건 아니지만, 어느새 컴퓨터를 다루고 코드를 작성하는 일이 내 삶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지금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신이 경험한 삽질의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며, 인생의 어디선가 반드시 쓰이게 될 것이다.